주인공 '구'와 '담'의 이야기를 통해서
두 사람의 사랑,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모든 감정을 끄집어 낸다.
'구'와 '담'은 유년시절, 꼭 붙어다니며
친구 혹은 연인,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맺어진 관계다.
둘은 그게 사랑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알아차려가지만,
완벽히 알아채고 난 후에는 이미 이야기의 막바지에 도달했다.
'구'는 고등학생 때 부터 부모의 빚 때문에
공장에서 일 하며 나이다운 삶은 꿈도 꾸지 못했고,
'담'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모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지만,
이모 또한 할아버지와 같은 병으로 죽게 되면서
더 필연적으로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구'의 부모님이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고 사라지자,
그들은 젊은 몸을 가진 '구'는
오랫동안 써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에게 빚을 받아내려 음지에 있는 일은 모두 시켜가며 '구'를 굴리지만,
자신이 사랑하고 또 자신을 떨쳐내지 못하는 '담'이 마음에 걸려
결국 여기저기에서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바다에 팔려 갈 뻔하다 '담'과 함께 도망쳐서 살기로 한다.
몇 번이고 '담'을 자신에게서 떼어놓으려 했지만
그럴수록 자신과 '담'은 떨어질 수 없는 존재임을 느끼고
함께 도망친다.
하지만 이 작은 나라에서 그들이 도망칠 곳은
어디든 안전하지 못했다.
'구'는 결국 붙잡혀 그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길거리에서 객사하게 된다.
'담'은 '구'와 함께 자신의 평생을 살기 위해
'구'를 먹기 시작한다.
사람을 먹는다. 라는 말이 끔직하지만
이들의 서사를 함께 지켜보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하진 않지만 당위성이 부여된다.
'식인'이라는 행위를 이해하게 되다니,
책을 덮고나서 얼마나 충격에 빠졌는지 모른다.
이야기 중 '구'와 '담'의 대화 중
어느 식인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부부가 처음엔 강도와 약탈을 일삼으며 살다가
증거 인멸을 위해 거기에 있던 사람들을 먹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고, 그 아이 또한 그 환경에 노출되어
당연스럽게 식인과 약탈을 일삼으며
가족과의 섹스를 통해 구성원 수가 늘어가고..
그들의 세상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조직문화가 되었다.
나중에 모든 가족들이 붙잡혀 사형 직전까지도
그들은 무엇이 잘못되었고,
왜 사람들이 자신들을 혐오스럽다고 하는지,
끔찍한 존재들이라고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성경에는 선과 악을 구분짓는,
십계명이라는 이름으로
신께서 절대적 조건을 만들어 주었다.
인간은 이를 파생시키고 또 파생시켜
다수의 합의를 얻은 것을
도덕, 혹은 생활양식으로 정의했다.
이것을 지키도록 교육하고
못 지킨 인간을 철저히 매장 시키며,
정의를 구축해왔다.
신께서 말하신 선과 악의 경계가 바뀌어
악이 선인 세상이 온다면 어떨까?
다수가 고개를 끄덕인다는 조건만 충족시키면,
학교에서도 살인이나 강간, 방화를 충분히 가르칠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이성을 없애고 탄압하며,
욕구에 대한 절제를 인정하지 않고,
성직자를 포함한 모든 종교인들은
가축으로 길러지거나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세상은 발전이라는 것을 거듭하면서,
생활양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그에 맞는 새로운 정의가 자리잡는다.
내 지인은 '구의 증명'을 읽고
'식인'이라는 행위에 충격을 먹었다고 했다.
앞으로 100년 후, 1,000년 후의 인류에
다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당연스럽게 존재 할 정의는
과연 어떤 모양일까
그 때 사람들이 '구'와 '담'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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